2024/08 81

처서 /이재봉

처서   /이재봉모기가 처서비를 피해 숲속으로 달아나다가톱을 든 귀뚜라미를 만났습니다 모기는귀뚜라미에게 왜 톱을 들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귀뚜라미는 긴긴밤 독수공방에서 임을 기다리는처자의 애를 끊으려 톱을 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새벽녘 빗소리에 문득 눈을 뜨니 쓰륵쓰륵어디선가 톱질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들여다보니귀뚜라미 한 마리가 방구석에서 울고 있었습니다우는 소리가 얼마나 애절한지애끊는 톱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이 한 편의 詩 2024.08.23

삶이 고통일 땐 사랑하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범위 내에 있는 50대와,그저 주변 사람에게 공감과 도움을 베풀며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50대가 있습니다.두 사람이 80대가 되었을 때,더 건강한 쪽은 누구일까요?건강과 행복의 비결을 연구해 온하버드 의대 과학자들에 따르면,80대에 더 건강한 사람은 50대에 인간관계의 만족도가더 높은 사람이었습니다.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과학자들은 '따뜻한 공감과 친밀한 관계'가더 좋은 삶의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라고설명합니다.'공감'은 우리의 면역 체계를 튼튼하게 바꿔줍니다.55세 이상 중년 참가자 846명을 대상으로 한미국 버팔로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친구, 가족, 이웃에게 정서적, 실질적 도움을 베풀며친밀한 관계를 쌓아온 사람은 아닌 사람보다똑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어도사망률이 크게 ..

東西古今 2024.08.23

배롱나무 붉은 가슴 /박종영

배롱나무 붉은 가슴  /박종영뭉게구름 이는 팔월 아침에배롱나무 붉은 웃음소리 들린다한철 여름이 지나면서 신의 선물로 준 꽃이지금부터 백일을 필 것이라고 귀띔한다.습하고 끈적한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마다삼복더위를 받아내는 시원한 웃음소리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피는 꽃의 속삭임이 즐겁다.애틋한 사연을 달고 하늘거리며가슴 잇대어 피어나는 웃음은 누구의 본능인가?처서물 지나 선들바람이 불어올 때까지도솔암(兜率庵 ) 비켜가는 구름 한 조각꽃불에 곱게 물들어 흘러갈 것이다.세상살이 어둡고 괴로울 때마다너를 향해 살아감의 경계를 허물려고 해도낮은 숨소리로 채워지는 세월의 눈물꽃이다.혼탁한 세상을 씻어내기 위해한 움큼 배롱나무 붉은 가슴을 훔친다그래도 간지럼 타며 피어나는 꽃,백일(百日)을 꽃등 달고 우쭐대는 배롱나무.

이 한 편의 詩 2024.08.22

학도병의 부치지 못한 편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11일,경북 포항의 한 여자중학교 앞 벌판에는총알이 빗발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학생 신분으로 전쟁에 참전한 학도병들이적군에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6.25 전쟁에 참전한 학생들을학도의용군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17살도 되지 않은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이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한 학도병의옷 속에서 핏자국으로 얼룩진 편지가 발견됐습니다.바로,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이었던 이우근 학도병이어머니에게 쓴 편지입니다. ************************** 어머니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 명은 될 것입니다.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

東西古今 2024.08.22

작지만 큰 행복

아내는 순대를 참 좋아합니다.가끔은 아내를 위해서 근처 분식집에서순대를 포장해 오고 있습니다."여보, 나왔어.오는 길에 당신 좋아하는 순대 좀 사 왔어.""어머! 마침 순대 먹고 싶은 거 어떻게 알고?잘 먹을게, 여보!"그 순간 아내의 표정을 보면순대 한 봉지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을볼 수 있습니다.순대 한 봉지의 작은 것에도 아내에게는큰 행복으로 찾아왔습니다.반대로 아픔도 그렇습니다.일을 하다 보면 서류에 손가락을 베일 때가 있습니다.살짝 스쳤는데도 칼에 베인 듯 아파서손가락을 편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세수할 때는 물이 스며들어 불편하고,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도 찌릿찌릿 아프고,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작지만 큰 기쁨이 찾아오기도 하고작지만 큰 아픔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東西古今 2024.08.21

새들의 집

모든 새집은 단칸방이다.새집도 월세가 있고 전세도 있을 것이며화려한 집도 있을 것이며 소박한 집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의 모든 새집은 단칸방이다이것은 새가 생겨난 이후 변화가 없다새집은 단칸방으로 완벽한 평등을 이루었다평등은 진화가 없는 개념으로 세상의 죽음 이후완벽한 평등을 새집에서 보았다세상의 모든 새집은 평등의 단칸방이다그리고 그 평등을 거부하는 새를 본 적이 없다새들은 날개의 크기가 달라도새집의 크기는 날개를 접은 새의 크기로완벽하다- 나정욱, 시 ‘새들의 집’새의 집이 비록 욕심 없는 단칸일지라도튼튼하게 잘 지은 둥지를 보며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반면 허술해 보이는 둥지도 있었습니다.얼마나 정성 들여 짓느냐의 차이겠지요.주위를 돌아보면 평등도 형평성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같을 수 없는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