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쥐꼬리 / 박일만

뚜르(Tours) 2024. 12. 18. 21:51

 

 

쥐꼬리   / 박일만

 

 

​대낮 등산로에 들쥐가 나타났다.

기겁을 하는 아내에게

쥐 따위에 무슨 호들갑이냐 했다.

그녀는 말했다.

쥐가 싫은 게 아니고 쥐꼬리가 싫다고.

 

순간 내 등허리가 텅!

온몸에 오살났다.

그 말의 여운이 전신을 쑤셔댔다.

스치듯 아내가 달리 보였다.

틀림없이 저 말은 중의법일 거야.

 

쥐꼬리만 한 월급에 오랫동안 시달렸으니

얇은 봉투가 아닌 쥐꼬리를 보고 내 월급을 연상했을 거야.

왜 하필 몸통 아닌 꼬리라 했겠어.

쥐꼬리!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쥐의 꼬리가 아닌

쥐꼬리월급으로 국어사전에 새롭게 등재돼야 하겠다

- 박일만,『뼈의 속도』(실천문학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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