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 박일만
대낮 등산로에 들쥐가 나타났다.
기겁을 하는 아내에게
쥐 따위에 무슨 호들갑이냐 했다.
그녀는 말했다.
쥐가 싫은 게 아니고 쥐꼬리가 싫다고.
순간 내 등허리가 텅!
온몸에 오살났다.
그 말의 여운이 전신을 쑤셔댔다.
스치듯 아내가 달리 보였다.
틀림없이 저 말은 중의법일 거야.
쥐꼬리만 한 월급에 오랫동안 시달렸으니
얇은 봉투가 아닌 쥐꼬리를 보고 내 월급을 연상했을 거야.
왜 하필 몸통 아닌 꼬리라 했겠어.
쥐꼬리!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쥐의 꼬리가 아닌
쥐꼬리월급으로 국어사전에 새롭게 등재돼야 하겠다
- 박일만,『뼈의 속도』(실천문학사, 2019)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에는 /박의용 (0) | 2024.12.20 |
---|---|
별밤 지기 /정채균 (0) | 2024.12.19 |
겨울 연가 /곽승란 (0) | 2024.12.17 |
12월의 단상 /김희선 (0) | 2024.12.16 |
BACH를 들으며 /김성춘 (0) | 2024.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