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
깊은 밤에 창문을 열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창밖엔 온통 눈꽃이 피었고
큰 눈송이들이 빈 공간을 메우려는 듯
하늘 가득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밤 한 시에
조그만 철야 기도회에 강의가 있어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날씨가 포근한 탓에
봄눈 녹듯이 녹는 덕에
이런 깊은 밤에도 내 이야기를 들으려는
그래서 힘을 얻고
위안을 얻으려는 가난한 이들 위해
조심조심 차를 몰아 갔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오지 않아요."
기도회장이 전화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없어요."
"돌아 올 때 힘들 것 같아 그냥 가겠어요."
적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부담과
돌아 올 때 힘들 것 같아서
가던 길을 되짚어 오면서
곧 후회했습니다.
눈 내리는 밤에
그래도 몇명이 내 이야기를 들으려 했건만
나는 내 자신만의 기준으로
가던 길을
아니 가야할 길을
돌아서 버린 것이 아쉬웠습니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이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마음 속으로 그들의 축복을 빌었습니다.
대림 3 주일입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아니,
마음 속에 그분을 맞이할 준비가 된 이에겐
이미 그분은 와 계십니다.
언제든 그분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오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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