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99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1989년~1997년 공중파에서 방송한'우정의 무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군부대를 찾아가 군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특히 '그리운 어머니'라는 코너는인기가 높았습니다.군부대에 복무 중인 군인 중 한 명의 어머니가아들 몰래 해당 부대를 찾아와 사회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면군인인 아들은 목소리만 듣고 어머니를 확인하고 맞추면어머니를 등에 업고 그 자리에서 바로 포상 휴가를떠나는 것이었습니다.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면 무대 위로장병들이 우르르 뛰어나와 너나 할 것 없이"뒤에 계신 분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고우겨대는 모습이 백미였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그늘진 표정의 한 장병이"뒤에 계신 분은 우리 어머니가 아닙니다!"라고말하는 것이었습니다.알고 보니 그 장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입대하기일주일 전 세..

東西古今 2024.07.06

두 아빠와 입장

2015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야외 결혼식에서하얀 웨딩드레스와 함께 축복해 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버진로드(Virgin Road)에 입장하려는한 신부가 있었습니다.신부의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할 아버지는비록 신부가 어린 시절 이혼하여함께 지내지는 못했지만 서로 각별히 아끼고사랑하는 부녀지간이었습니다.그런데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지 않고'잠깐만요'라고 외치며 하객들 사이로 걸어갔습니다.그리고 한 남자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습니다."당신이 왜 여기 있습니까?당신도 우리 딸을 위해 나만큼 애썼고,나만큼 자격 있는 사람입니다."아버지가 손을 내민 남자는,딸의 어머니와 재혼하여 지금까지 소중하게딸을 키워준 의붓아버지였습니다.마음으로 낳아 사랑으로 키운 딸의 결혼식에설 수 없는 비통한 마음을 애써 참고 있던의붓아버지는..

東西古今 2024.07.05

백합꽃 향기 /문태성

백합꽃 향기  /문태성오뉴월 순결을꽃주머니에 담아 기다렸다가참지 못하고 분출한 사랑.나팔관 열어 꽃술 눈썹 그리고구불린 파마 머리 뒤로 젖히어백옥 순살을 내민 젖가슴 유혹.연록의 구중심천 속살 보여천상 언어로 연민을 토하려뿜어 내는 자태에 심취해 보노라면.바람에 흔들려 천만리를 오가며육대주 세상에 순백을 뿌려대는피운 꽃보다 더 진한 백합꽃 향기.

이 한 편의 詩 2024.07.04

시냇물은 흐르고

물안리는 앞 냇가가 있고뒤 냇가도 있었다어딜 가나 징검돌 사이로송사리 떼가 올망졸망했다어느 해였던가조등 아래퉁퉁 부은 눈망울들을 닮았다옹기종기 모여앉은 채낮은 발소리물낯 비치는 옅은 그림자에도해진 지느러미를 서로툭툭, 쳐대곤 했다가장 잃고물결 헤집던그해 여름 끝자락이었다지익직 흑백영화 한 편이었다- 배세복, 시 '냇물은 흐르고'과거는 마치 흑백영화처럼 스쳐갑니다.애틋함이 더하는 기억을 추억이라 말하기도 합니다.날이 덥습니다.냇가에 앉아 송사리 떼 간지럼에잠시 더위를 잊어보고도 싶습니다.덥지만 쉬엄쉬엄 즐겁게 7월을 맞습니다.

생명의 손길 건넨 은우 양을 칭찬합니다

2024년 5월 12일 오후 9시,포항중앙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김은우 양은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중이었습니다.그런데 경북 포항 형산강 연일대교 위에,강으로 뛰어내리기 위해 다리 난간을 넘어가려 하는한 40대 남성이 보였습니다.은우 양은 이를 보고 지체 없이 달려가남성분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다리를 붙잡고 112에 신고하였습니다.경찰이 도착하기까지 남성분의 다리를 필사적으로 붙잡고"제발 살아달라"고 설득한 끝에 남성분은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따뜻한 하루는 은우 양의 용기 있는 선행에 감동하여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은우 양에게 칭찬 꽃다발을 선물하고,은우 양이 속한 학급에 치킨과 피자 등의간식을 선물했습니다.은우 양은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이렇게 대답했습니다."그 당시에는 무조건 아저씨를 살려..

東西古今 2024.07.04

장마 / 안상학

장마  / 안상학​세상 살기 힘든 날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강가에 나가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흘러 가버렸으면 좋지 않을까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이 땅에 한 번 스미지도뿌리 내리지도 않고무심히 강물과 몸 섞으며그저 흘러흘러 갔으면 좋지 않을까비조차 마음 부러운 날세상 살기 참 힘들다 생각한 날강가에 나가 나는​- 안상학,『오래된 엽서』(천년의시작, 2003)

이 한 편의 詩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