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BACH를 들으며 /김성춘

뚜르(Tours) 2024. 12. 14. 22:02

 

BACH를 들으며  /김성춘

안경알을 닦으며 바하를 듣는다

나무들의 귀가 겨울 쪽으로 굽어 있다

우리들의 슬픔이 닿지 않는 곳

하늘의 빈터에서 눈이 내린다

눈은 내리어 죽은 가지마다

촛불을 달고 있다

聖 마태 수난곡의 一樂句

만 리 밖에서 종소리가 일어선다

나무들의 귀가 가라앉는다

今世紀의 평화처럼 눈은 내려서

나무들의 귀를 적시고

이웃집 그대의 쉰 목소리도 적신다

불빛 사이로

단화음이 잠들고

누군가 죽어서

지하층계를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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