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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달력 한 장 /박종영

멈춰 선 달력 한 장  /박종영새해 첫날 달력을 벽에 걸면서도낯선 숫자가 빤히 쳐다보는 기세에 눌려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어도 넘기지 아니하자바스락대는 종이 소리가 위협적이다.날짜를 채워야 의무가 완성되는달력의 능력으로 흐르는 시간이 불안할 때,멈춰 선 날짜를 보면서 미안감도 들고넘기지 않아도 차곡차곡 쌓이는삶의 층계를 헐어 낼 재간도 없다.흔히 기억할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고지난 시간을 되돌려 기억하려는 것은또 다른 달력을 마음 안에 걸어 놓는 일.부박한 종이에 박힌 셈본 같은 숫자 앞에서가난하게 돌아오는 날이 부끄러워망설임 하다가 작정하고 멈춰 선한 장 12월의 달력을 넘기는 이별의 시간,세월의 술래로 춤추는 광대는 과연 누구인가?세상의 모든 설렘을 모아 젊음을 노래하던호기 찬 지난날의 오늘에 서서,달력 ..

이 한 편의 詩 2024.12.05

반 잔의 커피

대학생인 남녀가 친구의 소개로 소개팅을 했습니다.남자의 첫인상이 여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남자는 여자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그래서 초콜릿도 선물하고 의자도 빼주는 등남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었습니다.그러나 여자는 그런 남자의 행동이 오히려더 부담스럽고 싫었습니다.여자는 여전히 남자에게 큰 호감은 없었지만,이제는 가끔 차도 마시고 도서관도 함께 갈 정도로가벼운 친구 관계로 지내는 데에는불편함이 없었습니다.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습니다.어느 가을, 여자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잠시 밖에 나왔는데, 창밖에는 부슬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난 여자는자판기로 향했습니다.그런데 고장 난 커피 자판기...커피를 마시려면 한참을 다른 곳으로이동해야 했습니다.그때, 함께 ..

東西古今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