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 - 유현숙 자재암 들어 백팔 배를 드리는 어머니 백여덟 번째 이마를 바닥에 대고 머리 위로 내던졌다가 뒤집은 손바닥에는 희고 검은 잔금들이 패였다 한 생 내내 얻었던 것 다 잃고 수심 깊은 주름살만 거머쥐고 상경한 노모다 삐걱거리는 무릎관절과 휜 팔꿈치와 바람에 닳은 이마까지 먼지 나는 일대기를 온몸으로 받들어 올린 다음에도 꿇고 엎드린 어머니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저러다가, 저렇게, 깊은 잠드는가 싶다 어머니 손바닥 깊게 파인 도랑 사이로 고요한 것이 흐른다 흥건하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저 무진한 물길 주악비천도의 젖은 치맛자락이 문지방을 넘는다 풍경을 치고 온 바람이 연등 아래를 맴돌고 어머니,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추석. 어릴 적 기억 속에 추석은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