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5437

티키타카 [tiqui-taca]

티키타카 [tiqui-taca] 1. 두 사람이 서로 잘 통하여 탁구공이 오가듯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 2. 축구에서, 짧은 패스를 서로 빠르게 주고받음. 스페인 선수들이 많이 사용한다. - 다음 어학사전 아주 오랜만에 현충원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예전에는 매일 걷던 길이였는데...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 많은 추억들이 하나같이 아름다워 보이는 하루였습니다. 은행 줍던 일. 약수를 떠 오던 일. 그중에서도 아내와 함께 걷던 추억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한 시간가량 걸으면서 나 자신과 내 안의 다른 나와 마음속 대화도 많이 나눴습니다. 나 자신은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을 말하고 마음속의 또 다른 나는 온유와 용기를 말하며 걸었습니다. 나와 내 안의 다른 내가 티카타카 대화를 하면서 어느덧 내 마..

환생(還生)

9월의 첫 꿈 /곽종철 한 번도 뵙지 못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이르시기를 “흐르는 물은 길을 묻지 않는다.” “길을 묻는 자는 길을 잃은 자다.” 가시다가 돌아서서 또 이르시기를 “길치를 따라가면 큰코다친다.” “바로 무덤으로 가는 길이야.” 그러고는 안개처럼 사라지신다. 개꿈인가 자꾸 고개가 꺄우뚱거려지네. 지난 월요일 본당 산악회에서 은평둘레길을 걸어 진관사에 다녀왔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며 진관근린공원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선시대 궁녀와 내시의 무덤이 세월의 무상함을 알려주고 장희빈의 영욕을 말해주는 역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부처님은 자비(慈悲)와 해탈(解脫)을 말씀하시는데 사람은 부귀와 풍요를 빕니다. 수능시험을 위해 기도하러 온 분, 천연물감으로 염색공예를 하는 분, 우리처럼 관광을 하러 온..

진관사(津寬寺)

부모 /김소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흐린 하늘, 비는 오지 않습니다. 등산하기 딱 좋은 날입니다. 오늘 본당 등산회에서 은평구에 있는 비구니의 가람 진관사와 그 일대를 걷는다 합니다. 높은 산 등산은 나이에 걸맞지 않아 요즘은 둘레길, 낮은 산을 주로 걷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래에 올린 유주용의 '부모'를 감상해 보세요. 2023. 9. 4

마중

마중 /김용화 비가 오는 날마다 할머니는 삼거리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세시차가 있고 다음은 다섯 시 반이었다 헌 우산은 쓰고 새 우산은 접고 세시차에 안 오면 다음 차가 올 때까지 비에 젖어, 해오라기처럼 서 계시었다 어느 추운 겨울에 엄마는 큰아들을 마중하러 나오셨습니다. 부평역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 계셨지요. 조그만 여인이 추위에 떨다가 아들을 보자 활짝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청량리에 있는 외삼촌의 양은그릇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뒷일 정리하고 청량리에서 전차로 서울역까지 가서 한 시간에 한 번 있는 경인선 열차를 타고 집에 가면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저를 기다리는 엄마를 위해 공장 직원들과 함께 자고 주말에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중. 그..

사랑

사랑 /장세정 밀린 월급 때문에 우리 아버지 술 한 잔 한 날. 어머니는 "뭔 돈으로 마셨노?" 핀잔을 줍니다. 큰 대자로 누운 아버지 양말 벗기고 바지 벗기고 "원수다 원수" 하면서 꿀물 타 주고 눈곱 떼 주고 아버지 발 주무르다 앉아서 조는 우리 어머니 원수를 사랑하십니다. 우리 어머니. 끝까지 살아남은 5남매의 엄마. 울 엄마는 가마 타고 멀고도 먼 서산땅 벽촌(僻村)으로 사랑하는 신랑을 찾아온 공주(公州) 새색씨. 숱한 고통과 슬픔을 삼키며 묵묵히 아들딸과 남편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희생하신 분. 엄마는 자기 신랑을 극진히 사랑하셨고 정성껏 보살피셨지. 쉰일곱 해를 살다가 보고픈 큰아들을 찾아 떠나신 울 엄마.. 음력(陰歷) 9월 2일이 엄마의 생신(生辰)이라 그런지 오늘 그분이 더 그리워진..

9월의 기도

9월 맞이 /未松 오보영 온갖 수를 다 부려 봐도 밀려오는 갈바람 결 막아서질 못 하누나 높아지는 파란 하늘 잡아매질 못 하누나 도도한 흐름 앞에 무릎을 꿇는구나 모두의 기대 맞춰 올 것은 오는구나 9월 초하루입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반가운 계절입니다. 9월에는 그동안 땀 흘렸던 일에서 알찬 열매를 거두시길 빕니다. 9월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랑을 나누시길 빕니다. 9월에는 하시는 일마다 모두 이루시길 빕니다. 9월 초하루에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2023. 9. 1

한마디의 칭찬과 감사

부부 /이재봉 두 줄로 늘어선 철길 한쪽 눈으로 바라본다. 두 줄이 어깨동무하고 가다가 하나가 되어 눕는다. 토라져 돌아앉은 그대 왼쪽 눈을 감고 바라본다. 비로소 감은 눈 속으로 들어와 웃는 얼굴로 하나가 된다. 8월 마지막 날입니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만나 수십 년을 함께 살면서 평생 사랑하고 의기투합하며 살기가 하느님 보시기에도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주님과 사람들의 눈에 아름답고, 내 영혼이 기뻐하는 것에 세 가지가 있으니, 형제간의 화목과 이웃끼리의 우정, 그리고 부부간 금슬의 화합이 그것이다(집회 25,1). “ 자기중심의 시선으로 배우자를 바라보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살아갑니다. 부부 금슬에 최고의 명약은 한마디의 칭찬과 감사임을 기억하세요. 2023. 8. 31

아버님 전상서

아버님께 올립니다 /안영준 돌아올 수 없는 곳 되 밟지 못하는 길 아득한 곳에 계심이 한스럽습니다 지게 내려놓으시고 한숨 돌리는 동안에도 걱정을 붙잡고 계시는 건 아닌지요 자식들에게 짊 주었다고 미안해하시더니 지금도 막걸리잔 앞에 두고 눈물 찔끔하시는 건 아닌지요 자식을 우선시하면서 애지중지하던 당신이었기에 지금 이 자식은 당신을 우러러 눈물로 대신합니다 아침기도를 바치며 아버지를 뵙습니다.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라고 여쭙습니다. 하늘나라는 잠도 자지 않는 세상이라는데 입에 밴 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저의 군대 입대영장을 받으시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으시던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저 몰래 병무청에 가셔서 큰아들 군입대를 면제해 달라고 하셨다죠. 독자(獨子)가 아니어서 면제가 안 되고 입대영장..

접시물에 빠져 죽는다

장맛비 /박정미 밤 사이 왔다가도 나는 알아 그 새벽 쉴 새 없이 창을 두드리고 잠든 나를 네 소리로 정신없이 깨우고 푸른 대지 위에서 물 잔치를 벌였지 지난주에 이어 비가 내립니다. 문득 가을 장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창밖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걸 보니 외출할 때 큰 우산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학생 때 비가 그친 여름에 일어난 일입니다. 막내 누이와 잔디 씨를 채집하러 다녔습니다. 방학 숙제 중에 하나였습니다. 잔디를 모으고 나서 더러워진 신발과 손을 닦으러 집 앞 옹달샘으로 갔습니다. 옹달샘에 놓여 있는 돌 위에 올라 발을 씻다가 그만 옹달샘이 빠졌습니다. 옹달샘은 얕으막했었는데 비가 내려 물이 불었나 봅니다. 그탓에 허우적 대다가 물에 가라앉았습니다. 그때 내 이름을 부..

아버지와의 첫나들이

사라진 역 /우대식 카스텔라 봉지를 뜯던 여자가 있었다 주홍빛 망에 담긴 계란이 빛나던 시절 허기진 시간 속에서 자그마한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먹고 있었다 역에서 사람들은 나누어 먹는 연습을 했던 것 부자들은 역을 줄였다 더 빨리 가기 위해 역을 폐쇄했다 나누어 먹는 연습을 할 곳이 사라졌다 저는 국민학교 3학년 때 처음 기차를 타봤습니다. 아버지와 서울 나들이를 했었지요. 제 고향은 서울이었지만 북한괴뢰집단의 남침으로 피난하여 충청도 부석면(浮石面)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도비산(島飛山, 352m), 부석사(浮石寺, 7세기 건립 추정), 어리굴젓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어린 시절 서울말을 쓰면 '서울내기' '다마내기' 놀림을 받았죠. 다행스럽게도 국민학교 마치기 전에 서울말을 쓰던 학생이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