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5437

깊어가는 가을

고향의 가을 /조철형 고향은 언제나 바람의 가슴에 그리운 꿈을 꾸게 한다 향수가 어린 들녘엔 삶의 한 조각 푸른 그림들이 의미 있게 그리운 향기를 잔잔히 자아내며 바라본다 가을에 바라보는 내 고향 하늘은 꿈에서라도 불러보고 싶은 그리운 이름들을 찾아서 돌아온 자식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사랑하는 임이 머무는 곳이다. 보도에 떨어진 은행을 보며 가을을 마중합니다. 한낮의 기온이 더워 잊고 있었는데 뒹구는 은행에서 깊어가는 가을을 봅니다. 2023. 9. 18

“일십백천만” 이론

종점(終点)의 노인 /김시종 우대증 안 가져도 공차 타는 파파 노인. 종점에 닿았는데, 내리실 줄 모르시네. 인생도 하차(下車)를 않고서 새 출발(出發)을 하고 픈지......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 있지요. "구구팔팔이삼사(九九八八二三四)"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삼일 앓다 죽는다.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라 생각됩니다. 인간의 기대 수명이 120세에서 이젠 150세로 껑충 뛰었다네요. 이 모든 희망은 건강과 행복한 삶일 때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통이라 생각합니다. 이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곧 “일십백천만” 이론의 실천이라고 합니다. - 일 :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좋은 일을 하고 - 십 : 하루에 열 번 이상 웃고 - 백 : 하루에 백 자 이상 글을 쓰고 - 천 : ..

맨발 걷기

9월 중턱 바라보면서 /은파 오애숙 와우 금물결 출렁이며 춤추는 들녘이 참새와 정겹게 풍요를 노래합니다 산야에선 날 보러 오라 새 단장하며 울긋불긋 옷을 예쁘게 갈아입는 중이고 부지런이 월동 준비하자 아빠 엄마는 아기 다람쥐에게 재촉하는 가을입니다 단풍이 내게도 미소하며 어서 인생의 겨울 준비하라고 9월이 내게 말하고 있네요 한강공원이 너무 좋아서 하루에 한 번은 의례히 가고, 두 번도 가는 날이 많아요. 풀 내음도 나를 유혹하고 강물을 머금은 바람이 좋아서 건강을 위해 오가는 사람들과 목적이 같아서 그래서 낯설지 않기에 자주 갑니다. 요즘 생각이 좀 많은 부분은 맨발로 걷는 걸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예쁜 길이 있어 가을에 맨발 걷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2023. 9. 16

불금

운마(雲馬) /정채균 하루 천 리 간다는 천리마 붉은 갈기 휘날리는 관우의 적토마 무심코 기녀 집으로 인도했다가 참수당한 김유신 장군의 애마 백설 공주 깊은 잠 깨우러 나타나고 신데렐라와 사랑에 빠진 왕자의 백마 영국 혈통에 억대 몸값 자랑하고 국정농단 불씨가 된 경주마 말발굽 소리 드높던 싸움터와 초원에 뛰놀던 명마는 구천 떠돌고 천상의 화가는 파란 도화지에 이름도 많은 말(馬)을 그린다.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금요일. 모처럼 일정이 비어 있는 하루. 운동도 하고 편안히 쉰 하루입니다. 2023. 9. 15

청와대 관람

가을장마 /오보영 나무야 젖든 말든 땅이야 굳든 말든 그저 저만 좋다고 막무가내 줄줄 쏟아져 내리는 네 기개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단다 때론 나도 마냥 해보고 싶은 걸 마치 네가 대신 다해주는 것 같아 바라보는 내 가슴이 후련하구나 가을장마가 시작됐나 봅니다. 금주말까지 비가 예보되었습니다. 오늘은 대종회(大宗會)의 친목단체인 수요회(水曜會)에서 주관하는 청와대(靑瓦臺) 관람을 다녀왔습니다. 40명의 종인(宗人)들과 뜻깊은 역사를 간직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2023. 9. 13

가을 햇볕

9월의 기도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한낮의 기온이 너무 높아서 가을이 온 것도 잊어버릴 지경입니다. 어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운동도 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면서 몸의 변화가 있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도 없고 별다른 증상이 없는 걸 보면 제가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스스로 만족에 빠져 봅니다. 오후엔 가을 햇볕을 쬐면서 걸으려 합니다..

트라우마(Trauma)

가로등의 여인 /임영준 내게 기대어 소리 죽여 흐느끼던 그녀 가끔은 옆에 퍼질러 앉아 빨간 립스틱 입술로 담배 한대 아주 맛있게 빨고 가던 그녀 사흘 건너 한 번씩 낯선 남자와 팔짱을 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던 그녀 어지간한 비는 우산도 쓰지 않고 젖어버리던 그녀 어느 날 맨발에 거의 반라의 몸으로 미친 듯이 어둠 속으로 달려가버린 그녀 저는 밤눈이 어둡습니다. 어릴적부터 밤에는 잘 보이지 않아 더듬거리며 걸었습니다. 군 생활할 때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기도 했지요. 그 뒤로 생긴 것이 어둠과 계단에 대한 트라우마(Trauma)입니다. 묘하게도 오른쪽 다리에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다리엔 흔적이 많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조심해야 하겠죠. 오래전에 형성된 트라우마가 어두운 밤길을 조심..

가로등

가로등 /반기룡 봄이 오면 봄비의 촉촉함으로 봄처녀처럼 감정이 무르익고 여름이 오면 모기와 날파리 떼에 못 이겨 징징 울다가 가을이 오면 연인들의 사랑의 순간을 환장하게 지켜보다가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의 축복 속에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말줄임표 따옴표로 진종일 참선을 한다 어제 오후에 현충원 산책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노인 부부가 보였습니다. 여성은 등산용 스틱을 짚으며 부자연스럽게 걷고 남성은 뒤에서 만일을 대비해서 바짝 붙어 걷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지나쳐 걸으면서 보니 아뿔싸 제가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이 환자를 치유해 주시도록 지향을 두고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는 중입니다. 인사하지 못하고 지나쳐 걸으면서 이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려고 맘먹었습니다. 2023. 9. 10

그리스도의 향기

긍정의 계절 / 최영희 꽃이 피어나는 꽃길을 걸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사랑하는 이 있는 것 같다 걸어온 길 고단하고 슬퍼도 꽃이 피어나는 길을 걸으면 누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축복하는 이 있는 것 같다 산에 들에 누군가 오색의 꽃을 피우고 새는 노래를 하고, 꽃이 피어나는 이 긍정의 계절엔 내가 세상을 향해 사랑한다고 말하면 세상은 다시 나를 향해 사랑한다고 화답할 것만 같다 유튜브에서 본 뉴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가는 허리 굽은 노인 옆에서 우산을 받쳐주며 걷는 여인. 노인은 우비를 입었는데도 여인은 흠뻑 비를 맞으면서도 우산을 받쳐주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가게 주인이 그 광경을 보고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나 보다. 방송사 기자가 취재했다. 여인은 끝까지 우산..

백로(白露)

백로(白露) / 장광규 나뭇잎에 햇살 내려앉아 과일은 양 볼 붉어지고 위에서 내렸는지 땅에서 솟았는지 풀잎에 맺히는 둥근 이슬 더러움 걸러내고 한곳에 모인 하얀 결정체 산들산들 부는 바람 서늘하게 다가오는 신선함 백로(白露) 24 절기 중 15번째이며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서 이슬이 맺게 됩니다. 백로가 되면 조상의 묘를 돌봐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려 줍니다. 내 후손들이 조상의 묘 관리가 어렵지 않도록 정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어둡게 하는 아침입니다. 조상을 존경하고 모시는 풍습이 묘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사라져 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2023.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