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101

우수 무렵 / 박재삼

우수 무렵  / 박재삼 ​ 입춘을 지나 우수(雨水) 무렵으로 오면 아직 분명히 나무는 벗은 채 찬바람에 노다지로 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어딘가 회초리를 맞아도 옛날 서당 훈장의 그것 같아 사랑의 물끼가 실려 있고, 멀리서 보면 아리랑이가 낀 듯하고, 조금은 이지럼증도 섞여 들더니 드디어 울음을 터뜨릴 기운까지 얻고 있는 한마디로 눈부신 경이(驚異)가 묻어 있구나. ​ - 박재삼,『해와 달의 궤적』(신원문화사, 1990)

이 한 편의 詩 2025.02.18

예술의 재미

예술은 여러 사회적 기능을 가지겠지만,그중에서 '유희적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예술을 소비하는 것은일단 그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이성렬, 시 산문집 '자정의 이물감' 중에서먼저 '재미'라고 합니다.재미가 있어야 관심이 생기고참여할 의사가 생깁니다.내가 흥미를 느껴야 접근하기 때문입니다.이는 심오하지 말라는 뜻이라기 보다는굳이 심각하지 말자는 말과도 통할 것 같습니다.

진심에서 오는 배려

어느 마을에서 야외 음악회가 열렸습니다.그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로 한 지휘자는형편이 좋지 않아 전부터 입어오던 낡은 예복을 입고지휘를 했습니다.그런데 지휘자가 열심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서인지낡은 예복이 찢어지고 말았습니다.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때는 예복을 입어야 하지만지휘자는 한 곡이 끝나자마자 낡아서 찢어진예복을 벗을 수밖에 없었습니다.셔츠 차림으로 지휘하는 그를 향해관객들은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그러나 지휘자는 주위가 소란해도 흔들림 없이차분하게 최선을 다해 지휘했습니다.그때 관객석 맨 앞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이조용히 일어나더니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셔츠 차림으로 다시 앉았습니다.이 광경을 보고 있던 관객들은정적이 흐른 듯 조용해졌습니다.그리고 하나둘 겉옷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오케스트라를 ..

東西古今 2025.02.18

너무 많고 무서운 ‘이 병’ 지난해 사망 27만명...식습관이 가장 중요한 이유?

담배를 끊고 식생활을 조심하면 암 발생의 60~70% 이상을 막을 수 있다. 심장-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당뇨, 고혈압, 흡연, 고콜레스테롤 혈증, 비만 등도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질병관리청은 26일 국내 주요 만성질환 현황과 건강 위험요인을 분석하여 ‘2024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를 발간했다. 만성질환은 증상이 없이 서서히 발병하여 치료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병을 통틀어 말한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사망의 78.1%를 차지했다. 만성질환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만성질환 “너무 많고 무섭다”... 지난해 사망자 27만 5183명 주요 만성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비만, 심근경색증,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암, 치매 등..

건강코너 2025.02.17

김밥천국에서 / 권혁웅

김밥천국에서   / 권혁웅 ​김밥들이 가는 천국이란 어떤 곳일까,멍석말이를 당한 몸으로콩나물시루도 아닌데 꼭 조여져서육시를 당한 몸으로역모를 꾸민 것도 아닌데 잘게 토막이 나서​나란히 누운치즈복자, 참치복자, 누드복자들순교의 뒤끝에서 식어가는 밥알은김밥들이 천국에 가기 위해 버려야 하는헐거운 육신이다​김밥들이 가지 않는 불신지옥도 있을까버려진 몸들답게 김밥들은 금방 쉰다시금치는 시큼해지고 맛살은 맛이 살짝 갔지계란은 처음부터 중국산이야​마음이 가난해도 천오백 원은 있어야천국이 저희 것이다​천국에 대한 약속은단무지처럼 아무 데서나 달고썰기 전의 김밤처럼 크고 두툼하고 음란하지나는 태평천국의 난이김밥에 질린 세월에 대한 반란이라 생각한다​너희들은 참 태평도 하다여전히 천국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복장 터진다는 ..

이 한 편의 詩 2025.02.17

향기 나는 삶

꽃 중에 향기가 진한 꽃은 무엇일까요?아마 봄날의 정취를 가득 담아 둔아카시아 꽃인 것 같습니다.벚꽃이 핀 길을 지나가면 환상 그 자체인데아카시아 꽃은 화려하지는 않습니다.그런데 벚꽃은 예쁘지만, 향기가 약하고아카시아 꽃은 예쁘지 않지만,향기가 진합니다.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벚꽃처럼 화려한 외모가 있으면 그것으로 살아가고반면 화려한 외모보다 세상을 주목시키는내면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면,그것으로 살아갑니다.요즘 외모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관리하는 것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자기 관리 시대에 외모 관리,물론 중요합니다.그러나 외모보다 중요한 건,자신에게 풍기는 내면의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직원을 채용하거나, 배우자를 만날 때도외모보다 내면을 더 중요시해 선택한다면,후회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東西古今 2025.02.17

우정

어리석은 사람은 따뜻해지면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진다.그러나 행복의 먼동이 터오더라도불행했을 때의 좋은 벗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빌헬름 뮐러사람은 망각의 동물입니다.그래서 잃는 것들도 있지요.그러나 사람이 되는 것, 사람노릇 하는 것 중에는과거에 입었던 은혜를 잊지 않는 겁니다.묵은 옷을 벗어던지듯 내팽개칠 우정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