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118

악기가 망가졌는데 소리는 잘 나온다면...

사진 속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재즈 애호가들은 잘 알겠지만, 1917년 오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체로에서 태어난 트럼펫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이지요. 기타리스트 찰리 버드와 함께 즉흥 연주가 생명인 ‘비밥’의 대중화를 이끈, 모던 재즈의 선구자입니다. 디지는 본명이 존 벅스 길레스피인데, 어렸을 때 밴드 생활을 하며 익살스러운 ‘4차원 행동’으로 주위 사람을 ‘경악’케 해서 ‘디지(Dizzy 어지러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오른쪽 사진에는 그의 두 트레이드 마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하나는 트럼펫을 불 때 볼이 황소개구리의 볼만큼 커지는 겁니다. 디지의 볼을 연구하던 한 과학자는 ‘길레스피 주머니’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디지의 선천적 해부학적 특징에다 끊임없는 연습 때..

東西古今 2024.12.28

폭설 / 윤제림

폭설   / 윤제림 ​싸락눈으로 속삭여봐야 알아듣지도 못하니까진눈깨비로 질척여봐야 고샅길도 못 막으니까저렇게 주먹을 부르쥐고 온몸을 떨며 오는 거다.국밥에 덤벼봐야 표도 안 나니까하우스를 덮고, 양조장 트럭을 덮는 거다.저렇게 머리채를 흔들며 집집을 때리는 거다.떼로 몰려와 그리운 이름 소리쳐 부르는 거다.어른 아이 모다 눈길에 굴리고 자빠뜨리며그리운 이의 발목을 잡는 거다.전화를 끊고 정거장을 파묻는 거다.다른 세상으론,비행기 한 대 못 뜨게 하는 거다.철길을 끊고 정거장을 파묻는 거다.​- 윤제림,『새의 얼굴』(문학동네, 2013)

이 한 편의 詩 2024.12.28

'인공 항문' 어쩌나... 대장암 한해 3만3천명, 최악 습관은?

대장암 증상은 1)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 보는 횟수가 바뀌는 등 배변 습관의 변화 2) 설사, 변비, 배변 후 변이 남은 듯 불편한 느낌 3) 혈변 또는 끈적한 점액변 4)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 5) 복통, 복부 팽만, 체중이나 근력의 감소, 피로감, 소화 불량, 메스꺼움 등이 나타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암등록통계(2023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대장암은 3만 2751명(2021년)의 신규환자가 발생했다. 전체 암 27만 7523건 가운데 11.8%나 됐다. 갑상선암과 암 발생 1, 2위를 다투고 있다.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 남자 1만 9142명, 여자 1만 3609명이다. 중년의 50~60대 환자가 절반 정도다. 경각심 차원에서 대장암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5년 생존율 7..

건강코너 2024.12.28

방향을 잃은 너에게

누구나 가끔 방향을 잃는다.유독 스무 살만 그런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중장년층도 살아가며 때로는 방향을 잃고 정처없이방황할 때가 있다. 사람이라면 다 마찬가지다.그때 나를 잡아주는 것은 강력한 정신력이다.다른 말로 자존감이라고도 한다.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쉽게 흔들린다.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멘탈이 안정적이다.- 사색의향기 박석현 운영위원 저서 중에서이 시대의 스무 살을 위해 아버지가 건네는인생의 나침반과 같은 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썼습니다.청춘을 위한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삶의 기쁨을 느끼는 작은 지점들

몇 해 전 겨울이었다.암 치료로 몸과 마음이 많이 쇠약해진 나는벨 소리를 듣고 겨우 소파에서 일어나 출입문으로 향했다.물건 파는 사람이나 전도하려는 사람인가 싶었다.현관에는 친한 친구가 따뜻한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예상치 못한 방문이었다.회사 일로 늘 시간에 쫓겨 바쁜 친구였다.그런 친구가 그저 나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귀한 휴가를 나에게 내어준 것이었다.우리는 일과 가족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몇 가지 요리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각자 회사 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차를 마시며 함께 한 시간은 두 시간 남짓.무척 즐겁고 행복해서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 함께 있는 것 자체에 집중하며서로의 실을 뽑고 단단하게 묶었다.친구가 선사한 느린 시간은 우울했을 하루를 밝히는빛나는 보석이 되었다..

東西古今 2024.12.27

크리스마스 휴전

1914년 1차 세계 대전 중,벨기에 이프르 지역에서영국, 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이 참호를 파고대치하고 있었습니다.가장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마구잡이로 훼손되는 전쟁터에서연합군과 독일군이 할 수 있는 일은승리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일뿐이었습니다.바로 눈앞에 쓰러져 있는전우의 시체도 수습하지 못하고그저 적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만 있는비극의 순간이었습니다.이런 전쟁터에도 차가운 겨울이 오고,눈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왔습니다.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 날,독일군 참호 위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더니누군가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고요한 밤. 거룩한 밤..."그리고 곧 캐럴을 따라 부르는목소리가 하나둘 늘어났습니다.급기야 연합군도 함께 노래를 부르기시작했습니다.결국, 이들은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위한휴전 협정을 ..

東西古今 2024.12.26